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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집이 하나 더 있다. 소망공동체라는...
그 곳에 다녀오면 나의 가슴에 작은 소망들이 봉긋 봉긋 자라난다.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를 따라 매주 목요일 그 곳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분명 내가 봉사활동을 하러 갔지만, 사물놀이, 퍼즐놀이, 그림그리기, 미술공예, 운동놀이 등을 하는 소망의집 식구들을 보면 왠지 내가 더 봉사를 받고 온 것처럼 따뜻한 마음이 들곤 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된 나는 명절 때 일이 바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직장인처럼,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학교 영재반 수업 등 학업이 바빠져서 소망의 집을 매주 찾지 못하였다. 비록 몸은 가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엄마를 따라 가고 싶은 곳...
드디어 나는 몇 달 만에 소망의 공동체를 형님과 엄마와 함께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소망공동체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손모내기 봉사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소망의 집에 도착했을 때 모내기 행사는 이미 시작됐다. 2-300평 남짓한 논에 소망의 집 섬김이 선생님 3분과 모내기를 해보고 싶은 봉사자들은 손모를 심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봉사자들은 부침개를 굽고, 수박을 자르며 그늘 아래에서 새참을 준비하고 있었다. 소망식구들 중에 사물놀이패는 봉사자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사물놀이를 연주하고 있었다.
“재한아! 경덕아! 어서 와!.... 재한이도 모를 심어야지!”
연일선생님께서 우리 가족을 반기셨고, 나는 연일선생님을 따라 논으로 들어갔다. 처음 논에 들어갔을 때 나는 약간 겁이 나면서도 발이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을 만끽할 새도 없이, 나는 바로 모를 심어야 했다. 먼저, 모를 심는 법부터 배웠는데,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간단했다.
‘이런 식이면 이 논에 다 모 심는 것도 쉽겠는데?’
하지만 내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자리를 계속 옮기면 논에 발이 푹푹 빠져 그 자리는 너무 깊이 들어가 진흙을 다시 고르게 하고 모를 심어야 했고 뒤로 물러가다 모를 밟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또한 허리를 숙였다 폈다 반복하느라 허리도 점점 아파왔다. 양말을 신고 들어간 것도 문제가 되었다. 원래 논에 있는 돌 같은 것을 밟을까 안전을 위해 양말을 신고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고 알맞기는 하지만, 발을 바닥에서 뗄 때마다 양말에 공기가 들어가 떼어지지 않아 문제가 됐다.
그래도 몇 줄이 지나자 숙련이 되어서 한줄 두줄, 뒤로 지나갈 때마다 점점 더 익숙해지고 일이 재밌어지기도 했다. 문득 나는 내가 직접 모내기를 한 이 논에서 쌀이 얼마만큼 나는지 궁금해졌다.
“선생님! 지금 여기서 이 논을 다 모내기를 하면 쌀이 얼마나 나오나요?”
“글쎄........ 이 정도에서 벼가 병에 안 걸리고 쌀이 다 나면은 벼로는 10가마, 쌀로만 하면은 한 8가마 정도 나올라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 뿌듯했다. 비록 나 혼자 모내기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내가 모내기를 한 논에서 난 쌀이 소망의 집 식구들이 몇 달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양이라니!
그 뒤로 나는 계속 모내기를 하면서 소망식구들이 이 쌀로 지은 밥을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잔디밭에서 신명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사물놀이패가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나는 ‘일을 할 때 풍물소리를 들으니 힘도 나고 신명도 나는구나! 그러니까 농악과 노동요가 필요했던 거구나!’ 라고 생각이 들면서 점점 흥이 났다.
흥겨운 사물놀이 가락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신이나서 모를 심었다.
“ 새참 드시고 하세요!”
“우와 ! 드디어 새참을 먹으며 쉴 수 있겠는걸!!!”
열심히 모내기를 하던 식구들은 신이 나서 논에서 잔디밭으로 나왔다.
고된 일을 하다 먹은 새참은 정말 꿀맛이었다. 김치전에 수박뿐이면 어떠랴. 그것만으로 이미 나에게는 지상 최고의 음식이었다. 거기에 엄마의 제자인 충남 예술고 국악영재 형 누나들의 대금산조, 피리산조 가야금 병창까지 듣고 나니 다시 힘이 불끈불끈 솟는 것 같았다.
새참을 먹고 연주를 들은 시간도 잠시...우리는 다시 논으로 들어가 나머지 모를 심어야 했다.
새참을 먹고 다시 힘이 충천되었어도 다시 들어가서 또 일하는 것은 망설여졌다. 그래도 내가 일부분을 해놨는데, 책임감 없이 그냥 그늘에서 쉬는 것은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 나도 사람들을 따라 다시 논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는 일이 수월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논도 모두가 힘을 합쳐 열심히 다 채워나갔다. 마지막 모까지 다 꼼꼼히 심은 후 우리는 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고 내가 손모내기를 해서 논이 초록색 모를 가득 찬 것을 보며 가슴이 뿌듯해졌다.
오늘 내가 모내기를 한 벼는 아직 작지만, 이 벼가 여름에 뜨거운 태양을 받고 자라서 가을에 무거운 열매로 고개를 숙이면 그것이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쌀이 되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나는 아직 중학교 1학년이다. 모내기를 이제 막 할 단계인 것이다. 비록 지금은 힘이 많이 들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자라야 하지만, 뜨거운 태양을 받고 열매는 맺는 곡식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내가 그동안 배운 것들과 받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다시 돌려주고 싶다.
“한 포기 한 포기 심은 모들아! 뜨거운 태양을 잘 견뎌라! 그리고 맛있는 곡식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어라!”
나는 소망공동체 논에 심겨있는 어린 모들을 향해 이렇게 소리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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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과 봉사 > 봉사 후기
김재한
1970-01-01 08:59:59
사랑의 손으로 한 포기 한 포기 봉사를 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