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보니 어쩌다 한번 광주 출장을 가게되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엄마 찌찌 만지러 시골집을 갑니다.
소주 커다란 피트병 3개 사들고요...
울 엄니 잎새주 순한 맛 좋아하시거든요...
며칠전...
광주에서 워크숍이 있어 기회다 싶어 몰래 엄마 품으로 찾아갔네요..
울엄니...또 까무러치십니다...
고향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한참이지만 엄니 찌찌를 만질 수 있다는 행복으로 미소가 귀에 걸립니다.
월요일 오후...평촌에서 광주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오후 2시 30분...
하루에 세번 집까지 가는 버스시간이 3시 20분..시골가서 엄니랑 소주한잔 하고 다시 광주로 나와야하니 지금 근처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 집에서 나오는 버스를 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버스를 기다리는데 오지않고...ㅠㅠ...
어쩌면 집에 가는 버스를 바로 타면 엄니 소주를 살 수 없겠다는 생각에 버스터미널 내에 있는 편의점을 돌아다녔지만 제가 원하는 소주는 없고..어찌할 수 없어 여섯살 조카녀석 과자만 사들고 정류장으로 왔는데...근처가는 버스가 3시17분에 도착하여 기사님께 여쭸습니다.
어리 가는 버스가 다음 차 인가요...
기사님 말씀...
2시 50분 차인데요...ㅠㅠ...
제가 버스 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버스를 타고 이양으로 가서...원하는 소주를 사들고...택시(3000원)를 타고 집에 가면서 엄니한테 전화를 합니다.
엄마~~순덕씨~~막둥이요~~
움마! 이시간에 강아지가 어쩐 일이당가~
엄마~나 배고파~아침 밥 묵고 아직까지 아무것도 못 묵었어~나 지금 이양이고 택시타고 엄니한테 가는 길이여~
움마! 알았다! 얼능와라~
사실 아침 먹고 출근하여 일하다가 10시 경에 평촌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광주로...이양으로...시간이 4시30분이 넘어갔는데...물한컵 안 먹었더라고요...ㅎㅎ...
그 시간 엄니는 유치원 간 손주녀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연이 좀 있습니다.
약 한달 전부터 엄니가 작은 형 아들..여섯살..을 키우고 있습니다.
참 아픔이 많은 녀석입니다.
울 엄니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녀석입니다.
아니 울 엄니가 귀여운 조카녀석으로 인해 극과 극을 오가며...
가슴으로 울었던...참 사연 많은 녀석입니다.
어찌어찌하여 엄니가 그 녀석을 키우고 있고..
시골이다보니 근처에 있던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폐교가 되었고..멀리 면소재지에 있는 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는데...아침 7시30분에 가서 오후 5시에 온다네요...
엄니가 조카를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내리니 울 엄니 반가운 미소로 저를 안아주십니다.
다섯시가 되려면 몇 분만 있으면 되는데...울엄니 또 마음이 부산합니다.
아가! 네가 여그서 민석이 기다리고 있그라. 난 가서 얼릉 밥헐란다.
아따! 엄니. 이따가 같이 가서 해도 돼~
아니! 싸게 가서 밥헐랑께 여그 있다가 민석이 오면 데꼬 오니라~
울엄니...그렇게 바쁜 걸음을 옮기십니다.
참 오랫만에 그 정류장에 서 보았습니다. 작고 아담한 마을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정류장...바람이 어찌나 향그롭던지 두팔을 벌리고 입도 크게 벌리고 속 깊이 연신 숨을 몰아넣습니다. 그렇게 기다린 시간이 30분..ㅠㅠ..노랗게 칠한 버스가 옵니다...공무수행...
우리 민석이가 마지막 내리는 한 명입니다.
민석아~작은 아빠다~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느닷없는 작은아빠가...어리둥절 한 눈빛은 금새 미소로 변합니다. 민석이를 안고 소주 3병을 들고 가방을 메고 걸음을 옮기니 조금 힘에 겹습니다...벌써 이렇게 부실해졌나...ㅋㅋ...
집에 가니 엄니가 벌써 상을 차려두었습니다. 밥을 새로 하시고...
울엄니 밥과 반찬! 세상 그 어떤 것 보다 맛납니다.
밥을 먹으면서 소주 한잔을 드리니
아가! 너도 한잔 해라~
이렇게 엄니랑 또 반주로 소주 3잔씩을 마십니다.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게 1시간30분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갑니다.
올해 80..울엄니랑 저랑 가까워질수 없는 33년의 세월끈을 붙잡고 있습니다. 한해한해 늙어가는 엄니를 보면서...조금만 아프셔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데...이제 민석이까지 엄니가 떠 안고 있어야 하니...엄니 힘든것이 얼마나 많으실까...그저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런데...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번 설날...집에 갔다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울엄니...기운이 없으셔서 집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넘어져 한 동안 고생하셨다는데...전...그것도 모르고 편하게 이곳에서 잠만 잤습니다...어찌나 송구스럽던지요...꺼이꺼이 눈물을 흘리니 울엄니 제 등을 어루만지시면서 이러십니다.
아따! 젼딜만허고 인자 다 나섰씅께 걱정말그라.
인제 민석이가 엄니 곁에 있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민석이가 전화를 할 것이고...엄니는 마을회관에서 놀다가 집에 오면 민석이랑 함께 잠을 자니 외롭지 않을것이고...민석이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울엄니가 더 기운을 내실 것이고...이렇게 이렇게 좋은 생각만 하면서 민석이 핑계삼아 엄니한테 더 자주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은 마음 편하게 엄니의 배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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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클럽-개미
2010-03-28 01:18:42
엄마가 섬그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