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로베선교회의 주선으로 1박2일의 일정으로 용인 민속촌 관람을 떠나는 날이다. 로베선교회는 공주 모고등학교 동창들로서 10여년동안 매년 어린이날마다 소망공동체 생활인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단다. 요즘 세상에 보기드문 동창모임이다. 나도 동창모임을 하고 있지만 한번도 이런 생각을 못해봤으니 부끄럽기 이를데 없다. 이것이 세상모임과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모임과의 차이인가 보다. 난 늦게 시작한 사회복지사의 꿈을 실현시키기에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휴가를 내고 소망식구들과 부딪히고 뒹글고 먹고 마시고 하루밤을 자는 경험을 해보려고 신청을 했다. 비장애인들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동하게 되면 준비가 만만치가 않고 늦어지기가 일수인데, 선생님들의 사랑과 헌신과 부지런함으로 이른 아침에 완벽하게 준비되어 예정된 시간에 출발할 수 있었으니 놀랍다.
오늘은 실습생의 신분이 아니고 자원봉사자의 신분이다. 나의 짝꿍은 오고가는 동안은 전주호이고, 내일의 짝꿍은 정현명이다. 주호는 한 주간에 하루밖에 만나진 않지만 몇 개월 동안 많은 정이 들어 이제는 좀 대화가 되는 편이다. 하지만 이동하는 차속에서의 대화는 쉽지가 않았다. 이동하는 동안 줄곧 옆자리에 앉아서 주호가 맘에 들도록 최선을 다 한다고 했지만 그의 비언어를 다 알아들을 수가 없어 안타까움이 많았고 주호에게 미안했다.
휠체어사용법에 대해서도 여러번 배웠지만 아직도 서툴고, 이동할 때도 Ct 입장보다는 내 입장과 생각이 앞서 록킹시키는 일을 자꾸 잊어버렸다.
인절미를 만드는 체험에도 주호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주호에게는 떡메를 쥐는 자세가 나오지 않아 본인도 힘들었을 것이다. 농악놀이 널뛰기 외줄타기 공연을 보았다. 예절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지만 주호는 할 수 없어 지켜보아야만 할 때는 마음이 아팠다. 녹차마시기는 도와주어 보았지만 손가락을 사용할 수 없는 주호에게는 고통이었을 것 같다.
저녁시간에는 소망공동체의 식구들을 위한 특별순서로 캠프화이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소망공동체 식구들은 흥겨운 음악만 나오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뛰고, 흔들고, 춤을 춘다. 참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주호는 누워서 출 수 있는 주호만의 특유한 춤이 있는데 바닥이 벽돌이라서 휠체어에서 손과 입만을 이용한 춤을 출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원장님의 기도와 꺼져가는 모닥불에 하루를 마감한다.
소망식구들은 잠도 없나보다. 5시 반도 안 되었는데 하나둘씩 일어나더니 볼일 볼 수 있는 친구들은 벌써 볼일 보고 이부자리를 정리하더니 아침기도 시간이라고 법석이다. 그동안 어떤 생활을 했는지 하루밤 사이에 대충 정리가 된다. 자기전과 일어나자마자 기도, 밥먹기전에 기도는 아주 습관화 되어 있다. 하나님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아침을 일찍 먹고 오늘은 어린이 날이기에 많은 관람객이 모여들기 전에 놀이시설이용을 마쳐야 한단다. 모두 다 들떠 있다. 짝꿍이 바뀌었다. 주호는 목사님과 짝꿍이 되었고, 나는 현명이와 짝꿍이 되었다. 현명이는 뭔가 불만이 있는 눈치였다. 금방 읽은 수 있었다. 남들은 이쁜 여자 대학생 봉사원이 짝꿍이 되었데 자기는 남자인 나와 짝꿍이 된 것이 불만스러웠던 것이다, 사춘기인 현명이에게는 있을 수 있는 얘기였다. 내년에는 너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배선생님에게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더니 좀 누그러진다. 나에게 주어진 티켓도 현명이게 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더니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주호와 짝꿍이 되었다. 1박2일간 같이 지냈던 덕분에 이젠 그의 비언어를 좀 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예전보다는 좀더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서 먹여주고 마시게 해주고 대화하는 것이 맞춰져 가는 것 같았다.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로서 Ct.의 욕구를 채워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자기를 포기하고 Ct의 입장에서 욕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렇게 대해주어야 온전한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데 난 가능할까? 더구나 대화가 되지 않을 때는 Ct의 만족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더 힘들다. 그의 표정만을 읽고 만족했는지를 알아야 하니 그들의 언어를 빨리 익히는 수밖에...
1박2일간 장애우들과 밀착해서 지내보기는 처음이다. 모든 상황을 오직 그들에게 맞추어야만 하기 때문에 때로는 내 몸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 때도 있었다. 그때마나 배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의 헌신적이고 사랑이 가득한 표정을 보면서 나를 쳐서 복종시킬 때는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를 자문자답해본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임을 깨닫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섬기는 달란트가 있음을 스스로 느끼면서 자위를 해본다. 봉사도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힘 있을 때에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소망공동체 식구들과의 1박2일 여행을 주선해 주신 로베선교회에 감사드립니다.
후원과 봉사 > 봉사 후기
임장현
2005-05-19 22:49:14
민속촌을 다녀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