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사오보가 중국당국을 증오하지 않는 이유는?(1)

오늘날 세계에서, 중국의 반체제 지식인, 류사오보 만큼 중국당국을 증오할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그는 자신이 중국당국을 증오하지 않고, 증오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류사오보, '나에게는 적이 없다”

지난 2009년 12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있었던 재판 직전, 그리고 그 판결 결과에 따라 자신의 글때문에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던, 류사오보는 아래 선언문을 아내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글은 해외의 한 중국 사이트에 공개되었다. 이 글이 주장한, 중국당국에 대한 관용 이 한동안 심각한 토론 대상이 된 바 있다.

1989년 6월달은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당시 나는 존경받는 학자였고, 대중적 지식인이었고, 곳곳에서 초청을 받아 강연할 수 있었고, 유럽과 미국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나는 항상 강연요청에 맞는 강연을 했고, 솔직하게 나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고, 스스로의 존엄함 속에서 내 발언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내 글이건, 내 사생활이건 간에 말이다. 1989년, 나는 천안문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미국에서 귀국했다. 그리고 나는 반혁명 활동 선동 및 고무죄로 투옥되었다. 나는 나의 교수직도 상실했고, 그것은 내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던 것이었고, 중국에서 공개적으로 출판하고, 발언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했다. 당국과는 다른 정치적 견해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한 때 교수였던 사람이 해직되고, 작가가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펜을 압수당했으며, 대중적 지식인이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것이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개인자격으로, 지난 30년동안 진행되어온, 세계를 향해 열린 중국 과 개혁적인 중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이것들이 금지된 것이다. 매우 유감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에도, 89년 6월 4일운동의 희생자들의 영혼은 안식을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그해 6월 4일에 시작된,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권리를 투쟁은 계속되었고, 1991년 감옥에서 출소하면서, 나는 나 자신의 조국에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했다 ; 나는 외국언론을 통해서는 의견을 표명할 수 있었고, 이것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사찰 대상이었고, 1995년 5월부터 1996년 1월까지 가택연금 되었고, 1996년 10월부터 1999년 10월까지 노동 갱생수용소에 수감되었다.

현재, 50살인 나는 다시한번, 적개심에 불타는 당국에 의해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체제가 나에게서 자유를 앗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내 소신에서 변함이 없다. 그 소신이란, 20년전 6월 2일의 단식투쟁시 표명한 것이다 : 나는 적도 없고, 증오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를 감시하고, 체포하고, 심문한 경찰들, 나를 범죄자로 기소한 검사들, 나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들, 그들은 적이 아니다. 물론 내가 사찰도, 체포도, 구속도, 유죄판결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들의 직업활동을 인정하고, 모든 공안당국 직원들을 인정하고, 여기에는 나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들도 포함되는 것이고, 나는 지난 12월 3일에, 이에 대한 나의 존경심 과 진심을 표명한 바 있다.

왜냐하면, 증오는 우리의 지혜와 분별력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 적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국민의 정신을 감옥에 가두고, 무자비한 보복을 부추키고 있고, 사회의 모든 관용과 모든 이성을 질식시키고 있고, 한 민족이 자유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내 자신의 운명을 초월해서, 한 나라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고자 원하는 이유이며, 따라서 권력에 대한 어떤 적대감에도 반대하고, 사랑으로 증오를 이겨내고자 하는 위대한 선의를 내가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다.

나에게, 중국의 개방이란, 모택동 시절의 계급투쟁 우선주의를 스스로 포기했던 그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 중국은 경제발전과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모든 노력들을 경주해 왔다. 이러한 계급투쟁 포기는 관용과 다양한 가치들, 다양한 이해관계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경제는 시장을 향해 열리게 되었고, 문화는 더 다양성을 지향하게 되었고, 공공질서의 확립은 법률에 의해서 가능해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적>이라는 개념이 희석되면서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진보가 가장 더딘, 정치 영역에서도 권력은 사회적 다양성을 위해, 더 많은 관용을 보여주어야 마땅한 것이고, 정치적으로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 박해를 줄이고, 1989년의 사건이 <반란>이라는 당의 공식입장을 수정해야만 마땅한 것이다.

투쟁해야할 적이라는 개념의 희석은 중국권력이 점차적으로 보편적 인권개념을 수용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1998년, 중국정부는 인권관련 두개의 유엔의 국제헌장을 비준하겠다고 전세계에 약속한 바 있고, 이는 중국정부 조차도 1989년의 정신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상징적으로 표명한 것에 다름아니다. 2004년, 중국 인민의회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 헌번에 다음 조항을 추가하는 개헌을 단행한 바 있다. &laquo; 국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 즉 이 헌법조항은 이제 인권이 중국의 헌법적 권리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정치의 중심에, 바로 인간을 둘 필요성을 절감한 바 있고, 이는 현재 공산당 정권의 통치론에서 진일보가 이루어진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