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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익
 2005-04-07 04:16: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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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나에겐 빚이 조금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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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째주 토요일 내려가는 이음새 황진익입니다.
저번에 내려갈때 참여했던 동창친구가 동창 사이트에 올려논 글을보고
함께함이 어떨까 해서 이 친구 허락없이 퍼 왔습니다.
4월 9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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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빚이 조금 있다.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빌린 고리의 사채,과부의 딸라돈, 아님 집담보 저리의 은행대출...
뭐 이런게 아닌, 진짜로 부담스런 빚. 그리고 평생토록 갚아야 할빚.
그런게 있는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요즘들어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
아주아주 장기할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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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목욕봉사를 다녀온후로 어깨쪽 인대가 늘어났는지 계속해서 팔을 쓰기가 조금 불편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어깨가 한결 가볍고,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장애우들의 해맑은 표정들이 자꾸 생각나고, 내가 조금은 그들의 미소에 도움을 준것같아 맘이 뿌듯하다. 다들 목욕후 뽀샤시한 얼굴로 비누냄새 폴폴 풍기며 점심식탁에 둘러앉은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이번에 내가 씻겨준 장애우중 특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머릿결미인이라 이름지었는데, 정말 봄날의 고현정처럼 새까맣고 윤기나는 탐스런 머릿결을 지닌 여자였다. (나이는 모르겠다.)
처음대면하고 누이려는데, 절대로 뉘어지지가 않는것이었다.
제대로 앉지도 눕지도 못하게, 계속해서 몸을 비틀어 대는바람에 옷을 갈아입히는데만 한참 걸렸다. 그런데도 말을 듣지 않는 다리를 바지가랑이에 넣으려 협조하는 착한 여자였다.
겨우겨우 씻기고 친구가 머릴 말렸는데,드라이를 들이대자, 손을 탁 치우며 수건으로만 계속 닦으라는 시늉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머릿결 상할까봐? 하고 물으니 고갤 끄덕이더라는것이다.
찬구 말이, 그렇게 관리를 나름대로 해서 고운 머릿결을 간직하게 된거같다는거다. 난 참으로 많은걸 깨달았다. 그 장애우는 얼굴을 워낙 비틀어서 원래 얼굴을 알아볼수가 없었는데 자신이 생각하기에 머릿결은 고와서 (비틀어지지 않는 유일한 신체 일부분) 그것만은 예쁘게 가꾸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긴것 같다.
그 장애우에게 머릿결 관리는 최선이자, 유일한 -노력의 결과-인것이다.
난 생각했다. 난 아무때나 때를 밀수 있는 손이 있고, 운동할수 있는 건강한 신체가 있고, 열심히 일해서 무언가 성취할수 있는 머리가 있다. 그 어떤 불평도 신체가 심지어, 먹는것 눕는것, 입는것, 씻는것도 맘대로 할수 없는 장애우보다는 핑계가 되지 않는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희박한 확률의 희생양이란 생각이든다.
우리가 저자리에 앉을수도 있었는데 대신해주는것같은 생각 말이다.
우린 조금씩 그들에게 빚이 있는것이다.
그리고 내가 늙고 힘이 없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면 저들처럼 되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머릿결 하나만 이라도 곱게 가꾸는 그 장애우처럼 나에게 주어진 모든것에 최선을 다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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