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더먹은 꼬마숙녀 예은이의 일기

날씨 : 요즘은 따뜻한 구들장이 너무 그리워져요.
그만큼 날씨가 추워졌다는 거죠.^^제 엉덩이 걸음으로 바닥을 기어가다 보면 찬기운 때문인가, 뱃속까지 추운 것 같아요.
아~추워라.. '예수님, 엉덩이 안시리고 따스하게 해주세요'.가..
제 나이 이제 열한 살..저도 이젠
'꼬마숙녀!'가 되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일기를 씁니다.
 제가 요즘 일기을 쓰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거든요. 제 글씨를 통역해 주시는 섬김이 선생님이 요즘은 딴 생각으로 바쁘신가? 제 마음과 이 엄청난 문자(내 마음대로 크레파스 들구 그리는 글씨)를 통역하는데 시간을 안주시네요. 할 수 없지요. 뭐 사람들이 만든 그 한글을 모르는 저의 정신지체 장애몫이구나 하고 인내 해야지요.
이거 너무 어려운 소린가요? 그래도 저도 알아요. '우리 선생님이 매일 제가 저랑 같이 안 놀아 준다고 땡깡을 쓰면 제 귀에 대고,큰 소리로 맨날 '예은아, 안돼. 너도 네 뜻대로 안된다고 맨날 심술만 부리면 안된다. 너도 기다릴 줄 알아야지..성질 부리지마.'.  잘은 모르지만 장애인이라고 바보가 아니라는 거. 나 스르로 감당해야 할 내 장애의 몫이 있다는 뭐 그런 뜻인것 같아요..  제 일기를 이렇게 통역 해주시고 계신 섬김이님 딴 생각 마시고 이제 이 꼬마숙녀의 마음읽기, 하늘 문자읽기에 신경써주세요.

"예수님, 제 일기가 매일 쓰여질 수 있게 우리 선생님을 주님께서 인도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저의 아멘 소리입니다. 저는 아직 '멘'소리가 너무 어려워요. 한 살 더 먹었으니 올해는 되려나요?) 예수님~ 미안해요. 올해는요.게으름 피우지 않을래요. 밥도 맛있게 감사하며 먹을거구요. 새침떼기 심술 좀 줄여서 선생님들하고 식구들한테 땡강도 덜 부리고요. 이렇게 예수님께 매일 이야기도 많이 할래요. 어디 그것 뿐인줄 아세요. 언제나 말 많은 두호오빠도 사랑해주고, 치킨에 정신을 잃는 풍규오빠를 위해서도 기도해 줄게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아...(길고 커다란 거의 고함에 가까운 큰 소리로 5초는 이어지는 '아'소리입니다.)"

기도 하니까 올해에 꼬마숙녀로써의 제 삶이 기대되고 .
괜히 신나네요.
 '히히'.옆에 계신 순호섬김이를 끌어 안으며 애교어린 눈빛으로 입술도 모아, 뽀뽀도 하며, 눈웃음을 지으며, 이쁜 짓을 한다. ' 사람들이 그러는데요. 제가 이쁜 짓을 엄청 잘한데요. 잘은 모르지만 애교있는 숙녀라는 그런 뜻인것도 같아요.

이젠 맛있는 노랸 귤을 건넬 만큼 제가 많이 성숙해졌죠. 사진은 그렇다 치고 제가 이제 열 한 살이 아니겠어요. 요즘은 꼬마숙녀로써 제게도 고민이 생겼습니다. 얼마전에 선생님께서 기도회시간에 식구들한테 생활규칙을 이야기 해 주시면서 '남녀 칠세 부동석이니? 뭐지? 좀 어려운 말을 하시면서, 아무튼 남자 여자는 행동을 조심해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럼, 우리 식구들 중에 남자식구들의 저를 향한 사랑 표현은 어찌되나요?
그리고, 저도 헤깔려요.

풍규오빠(발달장애.남. 12세)는 얼굴이 귀엽게 생긴 식구인데 얼마나 포동포동한 볼 살을 지녔는지 몰라요. 그래서 제가 '와아앙~'깨물어 주고 싶다니까요. '와아앙~히히^^' 얼마나 먹을 것을 좋아하는지...그래서 풍규오빠는 제 남자친구로 하기엔 고민이 많아요. 아마 치킨하나에 저를 소 닭보듯 하면 어떻게 해요? 이 얼마나 억울해요. 내가 치킨보다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니 말예요. 그래서 풍규오빠는 제외!!!

다음으로 말 진짜 많은 두호오빠(발달장애. 남. 12세)! 요즘은 유머있는 남자가 선호된다면서요.
그래요. 유머는 인정할게요. 근데 시간 지나면 제가 지치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이 연출될까봐.

  두호오빠 : 귤 맛있어?
  예은 : (응, 맛있어.)
  두호오빠 : 왜 맛있는데?
  예은 : (그냥 맛있어.)
  두호오빠 : 왜 그냥 맛있어?

아후 이러면 정말 다시 '나 돌아갈래~'할거야.
그런데 글쎄, 오빠들만 그러면 상관이 없는데, 상찬 선생님 알죠? 왜~ 제가 저번에 말했었잖아요. 험난한 온유실에서 믿음실로 가는 기나긴 여정의 가장 크나큰 장애물 중의 하나인 상찬 선생님~오늘은 글쎄 이랬다니까요.

순일 섬김이 : 예은아, 선생님도 과자 좀 주라! 응?
예은 : (싫어요. 선생님은 좀전에 먹었잖아요.)
순일 섬김이 : 그러지 말고 조금만 나눠먹자. 우린 서로 나눠 먹어야되는거야!
예은 : (싫어요. 싫어요.)

(그때 상찬 섬김이 다가온다.)

상찬섬김이 : 어구구. 우리 예은이 왜그래? 선생님이 혼내줄게. (순일 섬김이를 혼내는 척 하며, 나를 꼭 안아주셨어요.)

봤죠? 글쎄 이런다니까요.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은근슬쩍 숙녀인 저를 안았어요... 이젠 안통해여 상찬선생님+0+
아..이 엄청난 저의 인기가 고민이 되내요. 왜냐면 이제 제가 열 한살이 되었잖아요. 제가 숙녀가 되었잖아요. 고민이네요. 이 엄청난 인기..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이 인기관리에 대해서..

(근데 제 맘은 이미 그 분에게 있답니다.
이 중요한 사실은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사실 전 꼬마숙녀가 되기전에 이미 깊은 사랑에 빠져버린 성숙한 예은이 였거든요. 모두들 안녕


2005년 2월 4일 꼬마숙녀가 된 예은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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