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무시 복지정책 미래없는 복지현실’, ‘지역별 사회복지 불균형 현상 정부가 책임져라’, ‘허울좋은 지방분권 장애인복지 곪아간다’.

  지난 20일 전국 장애인복지시설 . 시민단체 종사자 및 장애인 등 5000여명이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장애인복지사업 중앙정부 환원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공원 아스팔트에서 시작된 결의대회는 식전 문화행사에 이어 김문동 대회장의 개회선언으로 막을 올렸다. 개회사에서 김문동 대회장은 “지방분권화는 달성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아무런 사회안전망도 구축하지 않은 지금 지방이양을 실시한다는 것은 지방분권의 근본 취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지방이양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지방이양사업은 지방자치를 활성화함으로써 지역주민의 편익과 복리를 증진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그 결과 13개 부처 총 149개의 사업이 지방이양됐고 보건복지부의 경우 67개의 사업이 이양됐다. 그 중 장애인복지사업은 24개 1760억원(지난해 기준 예산)으로 가장 큰 규모다.

  한편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이하 한장협)측은 지난해 1월 지방이양특별법 제정 시부터 정부의 대책 없는 ‘선분권 후보완’ 정책추진에 대해 지적해왔다. 결국 ‘전국장애인복지시설 특별대책 위원회(이하 장애인복지시설특위)’를 결성, 이날 ‘장애인복지사업 중앙정부 환원을 위한 결의대회’에 이르게 됐다.

  지방이양특별법은 지난해 1월에 제정됐으며 대통령소속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통해 추진된 법이다. 이법은 예전 보건복지부 . 문화관광부 등 각 부처에서 총괄하던 사업들이 지방자치단체로 위임되는 것으로, 사업구성에서부터 운영 . 예산 책정과 예산 마련의 문제까지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게 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예컨대, 지방의 한 도시에서 노인복지시설이 운영되면 그 시설의 운영 및 예산 집행을 보건복지부가 아닌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지방이양특별법이 시행되는 상황을 보면 중앙정부에서 지방단체로 제정문제를 완전히 이양한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도 지방이양의 대책으로 국가보조금 9581억원을 마련해 놓았다. 이중 8454억원은 분권교부세이고 나머지 1127억원은 지방에서 거둬들이는 담배소비세로 충당하게 된다.

  지방이양 문제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는 제정이다. 정부에서 지방이양을 위해 국가보조금 9581억원을 책정해 놓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는 것이 장애인복지의 주장임과 동시에 보건복지부나 행정자치부 측의 입장이기도 하다. 9581억원은 과거 5년간 평균지원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인건비의 경우 지난해를 기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신규 지원시설은 제외한 예산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달 말까지 신고시설로 전환되는 826개 미신고시설과 2008년까지 증원할 사회복지전담인력 1만4000명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설의 낙후 ․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문제 .전문 인력의 부재로 인한 복지시스템과 서비스의 저하가 예상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역 간 불균형이다. 복지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자연히 제정 부문도 각 지자체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지방 재정자립도의 정도가 문제로 새롭게 떠오른다. 서울지역이나 제정기반이 탄탄한(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시설의 개선 . 유지에 있어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점점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장애인복지시설특위의 입장이다.

  지방 이양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보건복지부 지방이양사업팀은 현재 시행되는 분권교부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분야를 포괄보조사업 (Block grant)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괄보조사업은 재정수요의 조사와 성과평가를 통해 예산을 일괄적으로 지급함으로써 지자체별 불균형을 없앤다는 내용이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예산을 추가 편성하는 방안과 지방사업의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을 강구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장협 복지사업부 권재현 대리는 “이번 결의 대회의 목적이 지방이양을 무조건 철회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방이양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장애인시설 관계자들은 문제점이 해결될 때까지 표면적 투쟁을 통한 운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